딸이 생긴뒤.

결혼식장에 가면 신부의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생각보다 무덤덤하거나 무표정의 신부 아버지들이 꽤 있다.

그치만 그런 아버지들도 늘 같은 모습을 취하는 순간이 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며 딸이 예비 시부모에게 인사를 갔을 때이다.

 

그 순간 만큼은 모든 신부의 아버지는

왼쪽에 앉은 아내를 넘어 딸의 모습을 보기위해

몸을 길게 빼고 그 모습을 뚫어지게 본다.

 

따뜻하게 안아주시겠지

우리딸 사랑해 주시겠지

 

마음이 전해져서

섭섭하고 아프다.

 

사랑한다.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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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5년전이다.

2004년 어느 저녁에 전화를 받았었다.

내일 면접에 참석할 예정인지 확인하는 전화였고, 당연히 나는 일단 '예'를 말하고,

급하게 집에 돌아와 메일함을 확인했다, '스팸메일함' 에 꼭꼭 숨겨져 있던 메일에는 다음날 9시까지 정장차림으로 단정하게 오라는 친절한 안내가 있었다.

 

시간은 일곱시를 향하고 있었다.

통장에는 십여만원이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시 집에서 멀지 않았던 '밀리오레 분점' 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분주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옅은 스트라이프성 정장과 파란 넥타이, 그리고 가게 주인께서 골라주신 셔츠를 샀다.

 

옷을 급하게 수선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아홉시를 넘기고 있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정장을 손에 들고 좌석 맨 뒷자리에 앉아서,

꼭 합격해야지. 성공해야지. 다짐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 때의 내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짠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오늘 정장을 다시 한벌 샀다.

밀리오레 대신 백화점 아울렛을 갔고,

스트라이프 정장이 민무늬 정장을 바뀌었고,

정장을 들고 버스가 아닌 내 차로 이동했다.

 

하지만 마음은 그때와 그대로다. 

성공해야지. 잘해야지.

 

여전히 부족한 내모습과 능력에 긴장과 어디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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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아마도 '좋아요'를 눌러줘서 상품권을 받았다.

갑자기 엄마가 생각 났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어렸을때 많은 기억이 안나지만.

우리 집 안에는 항상 어머니가 라디오 같은 매체에 글을 보내어 받은 상품이 상당히 많았다.

 

간혹 어머니와 뜯던 기억속 박스들은,

당시의 쿠팡 로켓 배송이 아닌, 어머니가 글을 써서 받은 상품들이었다.

 

부유하지는 않았던 집에는 어머니가 받으신 상품들이 꽤 많았었는데,

어린 시절 언젠가 내가 물어본 질문에 어머니가 약간은 뿌듯해하며 글을 써서 받은 수많은 상품들을,

"이것도 받은 거고, 저것도 받은거라며.." 자랑스레 얘기해주시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글을 참 잘 쓰시고 좋아하셨던 것 같다.

당시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셨고 Y대 국문과를 꿈꾸셨다고 했다.

하지만 7남매의 첫째이자 딸이다 보니 동생들을 키우며 대학을 포기하셨다고 들었다.

 

아버지 표현을 빌어 '낭중지추' 같은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나와 동생을 키우면서도 유아 교육과, 공인 중개사등 끊임없이 도전과 성공을 반복하셨고,

마침내 고등학교 때인가 본인이 꿈꾸셨던 수필가에도 결국 등단을 하셨다.

 

지금 낑낑대며 아빠 역할 하는 내모습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 특히 딸은 저렇게까지 성공적으로 키우시면서, (갑자기 내자신이 머쓱.....)

본인의 꿈을 이뤄가신 엄마가 존경스럽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어머니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내 젊음을

요즘 내가 너무 쉽게 보내려 했던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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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느끼는 건데,

누군가를 낮추려 하고 무시하다 보면 본인들이 그 위에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댓글에는 도덕적 비판의 잣대가 너무 많고,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실수에 너그러운 글보다는 악성의 글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본인들의 삶의 방식을, 모습을, 도덕성을 자위하며 착각하며 안도한다.

 

이러한 모습이 현실에서 발생하면 좀더 심각해진다.

 

주위에서 보면,

극단적인 예를 통해 이분법을 일반화 시키며 웃음을 가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겸손을 가장하며 본인이 초라한 부분을 이분법을 통해 타인과 일체화 시킨다.

'연예인 vs 오징어', '거지 vs 부자' 등등..

겸손한척 하지만 비겁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그렇게,

관계를 와해시킨다.

 

내 스무살 언저리의 모습이 담겨 있는 대학 모임도 한 친구때문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있고,

이전 직장에서도 욕심많은 직원이 회사를 휘젓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불행했었다.

 

안타깝기도 하고,

스스로 돌아보며 다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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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민이는 조금씩 조금씩 잘 먹기 시작했다.

아직 또래에 비하면 작고 말랐지만, 아내와 조금은 내려놓은 느낌이다.

2월에 서울대 병원에서 상담받으며 상처 받지 않기를....

 

아내는 개인적인 노력이 비록 뜻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영어도 배우고, 친구도 만들고, 필라테스도 곧 시작한다고 한다..

 

2016년엔 책을 한달에 두권이상 읽으려 했는데, 하반기에 해이해졌다.

재테크나 마음가짐을 배운게 많아서, 내년에도.

 

회사는 은근 힘들었다.

스스로 보면 공정히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 같다.

어차피 다른 옵션은 없다. 몇년간 맘편히 다니자.


갈수록 떨어지는 스웨덴 크로나는 팔아버렸다.

그리고 재테크 공부에서 배운 투자를 시작했다.

내년엔 월세 or 배당으로 목표 수익을 꼭 달성해야겠다.

 

건강은 작년에 시작한 LCHF로 4키로그램이상 줄였다.

그리고 무산소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년엔 현재 하는 것의 두배를 해야겠다.

다행히 12월 30일에 두피 검사를 해서 내년엔 두피도 건강을 다시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엔 다시 골프를 조금씩 연습해야겠다.

 

회사에서 영어 공부를 끊어줘서 6개월 고급 코스를 듣게 되었다.

내년엔 특히 영어는 더 능숙해져야겠다.

 

석사 모임에서 새로운 소그룹에 초대받아 멤버가 되었다. 잘봐주신만큼 잘 인간관계 유지하고.

인간관계는 Neither too close, nor too far.

 

그리고 이제 아이들을 위한 기부를 조금이라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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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항상 출장만 가면 몸이 적응을 못한다.

코를 훌쩍거리는 비염은 스무살 부터 달고 살았던 지라 그다지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엔 아예 목소리도 안나오고 기침도 하고 열도 심했다.

 

심지어 출장 중에 담당했던 Budget 발표가 끝나고,

오후에는 업무시간 중임에도 몸이 안좋다고 그냥 호텔에 누워있었다.

그러다 내 윗사람이 잠시 얘기를 하자며 호텔에 들러서 41층 Bar 에서 만났다.

회사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힘든 점 있으면 말해달라는 말에,

그냥 나이 들어가는 몸 컨디션 말고는 모든게 좋다며 쿨한 척 기네스를 세병씩이나 비웠다.

 

(홍콩은 매일 밤 8시 저렇게 레이저쇼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출장와 있는 와중에도 한국 팀원들에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여러번 전화를 했고,

내 윗분에게도 회의 도중 답답함을 표시했고,

심지어 돌아오는 택시에서 탑승 예약 시간보다 2분이 늦었다며 내내 짜증내는 기사님에게 참지 못하고 그냥 길에 차를 세워달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때문인것 같다.

항상 이 회사의 업무는 스트레스 강도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구와 어떻게 일하는 지도 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도,

큰 그릇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유있고 무슨 일이든 담아낼수 있는 Capacity 를 가져야지 하고 바랬었는데,

현실의 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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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뜻모를 상실감에 청승떨때가 있다.

지친 건지도 모르겠다.

 

 

아둥바둥 이 삶도,

결국엔 다시 다 잃어가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걸 느낄 때,

지금 쌓여있는 그 모든 감정 그리고 에너지가

되려 그냥 서글픈 것 같다

 

 

잘 모르겠다.

무얼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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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복귀하고 첫해인 2015년이 지나갔다.


흐르는 피가 한국인이다보니 2008년과 2015년의 생활의 차이는 크게 못느끼겠다.

물론 스웨덴에 있을때도 주구장창 네이트 댓글을 열심히 접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12월 거래선들과의 송년회 스케줄들을 피해서 만난 어렵게 만난.

대학. 첫직장. 대학원. 두번째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 시계만 2008년에 멈춰있다가 다시 움직여서인지 그 시차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니컬하게 옆에서 계속 지적질 하며 누르려 하는 친구가 있는가 반면.

무언가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처럼 자기 말만 고집하는 친구도 있었고.

억눌린 사람처럼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이 떠나지 않는 형님도 계셨다.


화가나고 아쉽고 짜증나기도 하고. 

몇번 떠올랐는데

생각해보니 뒤가 남는 이유는

어쩌면 그 앞에서 여유로이 대하지 못했던 내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립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던 스웨덴 생활을 마치고.

기대고 부딪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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