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5년전이다.

2004년 어느 저녁에 전화를 받았었다.

내일 면접에 참석할 예정인지 확인하는 전화였고, 당연히 나는 일단 '예'를 말하고,

급하게 집에 돌아와 메일함을 확인했다, '스팸메일함' 에 꼭꼭 숨겨져 있던 메일에는 다음날 9시까지 정장차림으로 단정하게 오라는 친절한 안내가 있었다.

 

시간은 일곱시를 향하고 있었다.

통장에는 십여만원이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시 집에서 멀지 않았던 '밀리오레 분점' 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분주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옅은 스트라이프성 정장과 파란 넥타이, 그리고 가게 주인께서 골라주신 셔츠를 샀다.

 

옷을 급하게 수선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아홉시를 넘기고 있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정장을 손에 들고 좌석 맨 뒷자리에 앉아서,

꼭 합격해야지. 성공해야지. 다짐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 때의 내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짠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오늘 정장을 다시 한벌 샀다.

밀리오레 대신 백화점 아울렛을 갔고,

스트라이프 정장이 민무늬 정장을 바뀌었고,

정장을 들고 버스가 아닌 내 차로 이동했다.

 

하지만 마음은 그때와 그대로다. 

성공해야지. 잘해야지.

 

여전히 부족한 내모습과 능력에 긴장과 어디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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