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 쓸래“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뭐 대단한 발견했다고 어른인척 하는 놈들 말 듣지 말고,
계속 저렇게 기대하며 써주면 좋겠다.

늦은 밤 발 뒷꿈치 들고 배달하는 산타할아버지가,
설레며 잠든 너보다 백배는 천배는 더 행복할껄.

10년도 전에,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 누락이 된적이 있었다.
 
인사권자 꼰대 부장의 수첩에는,
나이와 직급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이 적혀있었고,
난 상관계수가 너무 낮았다. 
 
지옥이었다.
 
꼰대 부장이 어슬렁 거리며 다니는 거도 너무 꼴보기 싫었고,
유난히 말이 많았던 동료가 직원들의 승진 결과를 여기저기 전달하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꼴 보기 싫었던 건 승진해서 우쭐거리던 동료였다. 
점심을 우물거리며, 지자랑하느라 입가에 거품 무는 그 새끼의 거들먹거림에 토가 쏠렸었다.
 
다짐했었다.
더 보란듯이 열심히 하고,
승진따위에 거들먹거리지 말아야지 라고.
 
그 뒤로 한번도,
승진 따위 쿨한척, 먼저 말한적이 없었다. 
 
근데 이번에는.
승진했다.

외부에서 보면 그게 그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나가던(그리고 지금도 업계에서 잘나가시는) 내 전임자들이 끝내 못올라갔던 직급이고,
나를 뽑아주셨던 분은 직을 걸고 요청했는데도 안되어서 퇴사까지 하셨었다.

자신있었다.
운이 따르긴 했지만 그만한 성과를 내었다.
성취감에 자랑질을 하고 싶은데,
거품 물던 그새끼를 생각하며 꾹 참았다.
이게 나의 세상에서만 의미있는 일이니.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고 이런 일기장에서만 떠들며,
이회사에서 어쩌면 최종 목표를 달성한걸 기록을 남기려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역설적으로,
내리막길을 준비해야한다는 걸.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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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2시간짜리로 만들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혹여나 어설플까 초조하고 궁금해서,
난생 처음으로 개봉일에 예매를 하고 관람했다.

울컥했다.
처음 베이스, 끊어지는 피아노 소리.
클라이막스.
평일 낮 내 또래 아재들로 가득찬 기이한 극장안이,
사운드 없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모두가 숨을 죽였고,
다같이 탄성을 내뱉었다.

음악도 좋았고,
애니메이션도 좋았고,
기존 만화와 새로운 이야기를 믹스한 것도 좋았다.
송태섭이 주인공인것도 좋았다.
개연성 이런건 잘 모르겠다. 이미 열번도 넘게 본 만화책이라서.
(아마 새로 본 사람들에게는 왜 강백호가 같은 팀 서태웅을 막지 못한 상대에게 뭐라하는 엉뚱한 장면 같은 부분들이 이해안될거 같긴하다)

중학생때 처음 사본 만화책이었다.
없는 용돈 모아가며 31권을 다 샀고,
혼날까봐 침대 매트 사이에 숨겨놨었다.
틈날때마다 방에 앉아서 되풀이해서 봤다.

어릴때는 '영광의 시대'를 말하며 후회없는 삶을 사는 강백호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 멋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영화를 보며, 자기보다 강한 신현철을 상대하며 무력해지는 채치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아쉽게 산왕전 변덕규 조언이 영화에서는 생략되었다)

북산은 산왕을 이겼지만,
전국대회를 떨어지고,
강백호는 다시 농구를 할수 있을지도 모르고,
채치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멋진 이 만화는,

실패 투성이인 내 10대가,
그리고 내 인생이,
괜찮다고, 멋지게 싸웠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

https://youtu.be/Yl8Kefh7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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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도 참 좋았다.

https://youtu.be/cy7V7HVXd8U

“내가 영화를 혼자 봐서 헤어진 걸로 만들고, 걔가 새벽에 딴 놈이랑 톡해서 헤어진 걸로 만들어야 돼. 절대로 내가 별 볼일 없는 인간인 거 그게 들통나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나도 알아. 걔가 쥘 수 있는 패 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거. 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 나도 알아.”

https://youtu.be/6HGa2ReVtSY

모든 순간 순간 선택에서,
고민하고 걱정하며 최고의 패를 선택하고 싶어한다.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지.
후회하면 어떡하지.

어차피 모든걸 만족하는 완벽한 선택은 없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뜻이니까.

어제.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하냐며 묻는데,
후회하지 않는다.

어쩌면 다른 삶이 펼쳐졌을지 모르지만.
후회를 왜 해. 행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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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262713?sid=104 

 

 

"한발로 10초 서기 잘 안되면 7년내 사망위험 84%↑"

브라질 연구진 1천702명 7년 뒤 사망률 통계 CNN "한 발서기와 사망률 인과는 밝혀지지 않아" 10초 동안 '한 발로 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은 수년 내 사망할 위험이 크게 높다는 연구

n.news.naver.com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방구석에서 계속 시도하는데 10초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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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 등교일, 정문에서
아빠만 알아볼수 있는 거리

초등학교 입학식.

새 가방, 새 실내화를 들고,
주섬주섬 안내문도 챙기고, 새로산 휴대폰도 챙겨넣고,
씩씩하게 학교까지 앞장서서 가더니,
아빠에게 손흔들고 1-8로 걸어간 딸.

겨우 한시간 입학식 하고 곧 돌아오는데,
주책맞은 아빠는 갱년기가 다가오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랑해 우리딸.
고마워. 잘 자라줘서.

요즘 신원호 피디 / 이우정 작가 조합에 대해서 말이 많다.

뭐 어떤 기사에 있는 글을 가져와보면,

최근 한 트위터 사용자가 "그냥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금수저와 재벌들이 성품과 인간미까지 갖췄다는 극단적 선민사상을 철저한 의학적 디테일에 얹어 실제 직군을 포장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취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일침을 가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도 많은 시청자가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엘리트들의 부도덕함과 이기주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사회적 과제로 대두한 상황인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과제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며 "주인공들이 자선을 베풀면 세상이 좋아질 것처럼 묘사하며 엘리트 찬가만 보여주니까 시청자들도 이제 '현타'(현실 자각 타임, 헛된 꿈에 빠져 있다가 실제 상황을 깨닫는 시간)가 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흠.
고작 돈많음 = 부도덕 & 이기주의가 현실이니, 그걸 제대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냥 글을 쓰신 분들이 정의로운 척 하고 싶은거 같은데.
능력과 선과 악은 분명 별개의 문제인데, 늘 치환되서 비판하고 포장된다. 우리 니체 형이 저걸 '노예의 도덕' 이라고 한건가.

뭐 여튼.
스웨덴 살때 직항이 없어서 프랑크 푸르트나 헬싱키를 거쳐서 왔다갔다 했었는데, 이동 시간이 편도 10시간이 넘어서 늘 너무 힘들었다.
2012년 한국에 출장을 오면서, 지루한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응답하라 1997을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왕복하는 그 긴 이동시간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16편을 연속해서 다 봤었다.

찌질했던 교복 입을때 생각 난다.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이유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형식이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주인공이 나랑 동갑으로 그려지다보니 몰입감이 훨씬 더 높았고, 이후 작품인 응사나 응팔이 퀄리티만 보면 더 나은것 같지만 지금도 내게는 응칠이 훨씬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작년에 방송되기 시작한 슬의생도 마찬가지다.
피디님이나 작가님이 그리는 복선의 디테일들도 좋지만, 나랑 같은 나이의 주인공들의 모습에 공감이 가고, 같이 회상하고 같이 추억하는 것 같아서 즐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1.3kg
몇달째 크지 않는 아이
폐쇄증
개흉 수술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

누가 내 얘기를 전달한 줄 알았다.

2014년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던 겨울,
몇달째 아내는 수술을 해준다는 병원을 찾아다녔고,
물어물어 찾아간 삼성병원에서는 사산을 얘기했었다.
몇달간 밤늦게 매일매일 병원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한동안 아픈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줄 알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아프고 고맙고 지금 행복하다.

그 힘든 시간.
뱃속에서. 수술실에서. 그 이후에도
잘 이겨내주고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https://youtu.be/URRimPZBHf8

지난 날 아무 계획도 없이 여기 서울로 왔던 너
좀 어리둥절한 표정이 예전 나와 같아
모습은 까무잡잡한 스포츠맨 오직 그것만 해왔던
두렵지만 설레임의 시작엔 니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너만의 살아가야 할 이유 그게 무엇이 됐든
후회 없이만 산다면 그것이 슈퍼스타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널 힘들게 했던 일들과 그 순간에 흘렸던
땀과 눈물을 한잔에 마셔 버리자
괜찮아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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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이 되고 50이 되도,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하는 자기애 쩌는 지능 부족한 인간들은 있겠지만,
최소한의 자기객관화가 가능한 정상인이라면, 어느 순간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삶이 값어치가 있는게 아니다.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고,
꾸준히 어제보다 나아지며 우상향 하면 된다.

어떤 결과물을 내었는지 보다는,
순간 순간 어떻게 살았는 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게 살다가,
그리고 언젠가,
물러나야 할때,
그동안 수고했다고 내게 말해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p8_Ek-M8j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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