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2시간짜리로 만들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혹여나 어설플까 초조하고 궁금해서,
난생 처음으로 개봉일에 예매를 하고 관람했다.

울컥했다.
처음 베이스, 끊어지는 피아노 소리.
클라이막스.
평일 낮 내 또래 아재들로 가득찬 기이한 극장안이,
사운드 없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모두가 숨을 죽였고,
다같이 탄성을 내뱉었다.

음악도 좋았고,
애니메이션도 좋았고,
기존 만화와 새로운 이야기를 믹스한 것도 좋았다.
송태섭이 주인공인것도 좋았다.
개연성 이런건 잘 모르겠다. 이미 열번도 넘게 본 만화책이라서.
(아마 새로 본 사람들에게는 왜 강백호가 같은 팀 서태웅을 막지 못한 상대에게 뭐라하는 엉뚱한 장면 같은 부분들이 이해안될거 같긴하다)

중학생때 처음 사본 만화책이었다.
없는 용돈 모아가며 31권을 다 샀고,
혼날까봐 침대 매트 사이에 숨겨놨었다.
틈날때마다 방에 앉아서 되풀이해서 봤다.

어릴때는 '영광의 시대'를 말하며 후회없는 삶을 사는 강백호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 멋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영화를 보며, 자기보다 강한 신현철을 상대하며 무력해지는 채치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아쉽게 산왕전 변덕규 조언이 영화에서는 생략되었다)

북산은 산왕을 이겼지만,
전국대회를 떨어지고,
강백호는 다시 농구를 할수 있을지도 모르고,
채치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멋진 이 만화는,

실패 투성이인 내 10대가,
그리고 내 인생이,
괜찮다고, 멋지게 싸웠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

https://youtu.be/Yl8Kefh7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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