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니던 회사에 그만둔다고 얘기했다.

어제. 오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인지. 센치해졌다.

 

벌써 이곳에 온지 5년 4개월이 흘렀다.

 

항상, 벌써라고 얘기한다.

 

아직 더 나이가 들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흐르는 거 같다.

19세 맞는 생일에 본 '8월의 크리스마스' 극장 위치나, 대학교 입학후 OT 가는 차안에서 느끼하게 불렀던 서태지 '너에게'는 아직도 부끄럽게 생각난다. 아 쉣. 19세 20세 언저리 기억들은 그리도 생생한데, 24살 회사에 취직하고 부터인가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질 않다.

 

좀더 충실하게 즐길것을.

너무 쫓기듯 살았다.

 

항상 더 가지고 싶었고, 더 안정되고 싶었고, 불안해했고, 불확실을 못견뎌 했다.

 

24살 여름 호주에 CVA라는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때 봉사활동 가는 봉고차 안에서 옆에 스쳐 지나가는 30대 한국인 커플의 BMW를 본적이 있다. 나도 빨리 저렇게 되어야지. 저렇게 결혼하고 행복해져야지.

 

하지만 지금은 되려,

스웨덴에 무작정 왔는데 잘곳이 없어서 교회 바닥에서 잔다는 젊은 친구가 그냥 귀여워 보이고.

여행지에 가면 민박집에서 공동 화장실을 쓰며 '유랑'을 통해 함께 여행하며 돈을 save 한다는 구겨진 보세 옷을 입은 젊은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멋있어 보인다. 서로 아니라며 그냥 친구사이라며 마음 확인 못해 아웅 다웅하는 남녀를 보면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

 

지금 난 결혼을 했고. 정확히 BMW를 타고 있고. 여행에 가면 사랑하는 와이프와 호텔에서 잔다.

 

하지만,

내가 호텔에 자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서나 유일하게 나를 신경써주기 때문이고,

운이 좋았지만 그래도 좋은 차를 선택해 타는 이유는 그래야 조금이라도 대접받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불편했더라도 젊은 시간은 그 만큼 아름다웠고 행복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시간이 흘러 지금 내 모습을 떠올리면 이 초조한 모습조차 행복으로 느낄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고. 욕심내지 말고. 즐기자.

지금까지 충분히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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