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나이가 벌써 서른이 먹어가는 데도.

딱히 첫눈의 추억이 있지 않음에도.

출근길 내리는 오늘 첫눈에 괜시리 마음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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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이 너무너무 바쁘다.

법인의 내년도 경영계획이 한창인데,
회사 내에서도 본사와 법인간 제품간 밀고 당기기의 줄다리기에,
종잡을 수 없는 환율 변화등 많은 변수 때문에 일이 여러사람이 involved 되어 참 바쁘게 돌아 간다.
(사실 일만 보면 그리 바쁜게 아닌데 기본적으로 해오는 일에 추가적으로 해야하는 일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거 같다..)

Anyway,
오늘도 내년도에 법인의 판매 계획부터 비용 계획등,
이제는 눈 부릅뜨고 손만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내게 커다란 벨소리가 울렸다.
(해외 나오면 이상하게 휴대폰에 신경이 안쓰게 되는데, 지금 내 휴대폰 벨소리가 조절을 안해놔서인지 엄청 크게 울린다)

"여보세요"
"와~ 기로야~"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돌아볼만큼 시끄러운 전화 소리에,
얼른 수화기를 덮고 쇼룸(우리 회사에서 거실같이 쉬는 곳)으로 나와서 전화를 받는데,

다름아닌 지난 석사때 함께 했던 형들과 누님들이었다..

2007년 2008년..
회사에 다니면서 학교다니는게 솔직히 회사에서 대리밖에 안되는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정말 정말 행복하게 (학교다니면서 행복하긴 솔직히 처음이었다ㅡ.ㅡ) 과정을 마칠수 있었던 건,
다 유능했던 형들과 누나들 덕분이었다.

아무튼 전화기 너머 건너오는 반가운 목소리,
술 한잔 해서 인지 농담 섞인 얘기들이,
뿌연 투덜거림으로 가득찬 내 두뇌가 일순간 깨끗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감사하다.
학교다니던 그 때도,
그리고 졸업하고 난 지금 이순간도.

단지 전화 한통인데도,
힘이 되고,
용기가 되고..
행복해지고....




<만난지 얼마 안되었던, 어느 쌀쌀한 날씨 저녁 Party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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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집, 좋은 차, 여자친구,

소매 걷은 셔츠 입은 모습을 상상했었다.

 

첫 출근 하던 전날,

다음날 입을 새로 산 정장을 손에 들고,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었다.

 

행복해야지.

멋있어져야지.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눈가에는 주름이, 머리엔 흰머리가.....
 

나는 아직도 그때 스물 네 살 어딘가 즈음인 것 같은데.

가슴 보다는 팔짱 끼고 눈과 입으로 날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한숨이, 세월이 어느새 늘어간다.

 

쫓기는 것처럼..

 

가슴 쫙 펴야지.

씩 웃어 넘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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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물,
그게 무엇이든.

초라해.

그럴 필요 없잖아.

당당해지자.

여유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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